[Solo Show] Eye See the World - Good After눈
[개인전] Eye See the World - Good After눈

인간은 눈의 한계를 넘어 끊임없는 시각적, 지각적 확장을 추구해 왔다. 더 멀리 보기, 더 작은 것을 보기, 투영하기를 넘어서 스마트 안경 등과 같은 다른 차원의 세상을 보기/알기 위해 인간은 매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수지 작가는 이러한 매체변화에 따라 데이터와 정보가 움직이는 다른 차원을 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의 변화에 주목한다.

작가는 평평한 액정 너머 디지털 공간을 가시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상의 개체인 비트콘드리아를 통해 밝혀왔다. <Bitchondria(xⁿ,yⁿ,zⁿ), 2021-2022>, 《그리드아일랜드》 (서울시립미술관,2022) 에서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초끈의 특성과 인간이 진화하기에 필수적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특성을 결합시킨 비트콘드리아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과 물질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다중-디지털 공간을 탐험할 수 있고, 향후 인공지능이 진화하기에 필요한 양자비트(quantum bit)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이후 한수지 개인전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 (김희수 아트센터, 2023)에서 비트콘드리아는 해파리가 지닌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i] 을 흡수하며 또 한번 진화한다. 무한생식과 무한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비가시적 경로인 시간, 중력, 세포 그리고 데이터의 경로들의 표지 및 추적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경계없이 시공간을 횡단하는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과 자연 사이의 인위적인 간극을 녹이고 각기 다른 객체들과의 동등성에 대해 환기한다. 비트콘드리아가 출현한 세상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이지만, 전시장 속에서는 실재이다. 그리고 그 세상을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들을 디지털 세계의 지도, 비트콘드리아 단면도와 화석 등과 같이 3차원의 객체로 전시장에 소환하여 그의 세상이 실재함을 증명해 왔다.

작가는 지금까지 비트콘드리아가 녹색형광단백질을 품게 된 과정과 이를 통해 비가시적 경로들이 가시화되는 경위 그리고 그 가시화 된 경로들을 살펴보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번 전시 《Eye see the World-Good After 눈》은 가시화된 이후 세상에 출현한 신종 생물,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어 변화한 그들의 눈을 탐구하여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진화, 그 중에서도 시각의 확장, 그 변화에 집중한다. <Good After눈 (Good Afternoon, 2024)>[ii] 작업에서 볼 수 있는 눈들은 이전과 다르게 가시화된 영역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진화한 눈들이다. 그래서 동공의 모양이 다양하고, 하나의 눈알에 동공이 둘 이상이거나, 동공 속에 동공이 있는 등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안구의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눈으로 본 화면은 단안의 안구를 가진 현재 인류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정보 값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보기 환경의 변화는 인식하는 정보의 변화를 불러온다.

또한 작가는 <신종 도감 (Encyclopedia of New Species, 2024)> 작업을 통해 다변화된 생태계를 보여준다. 비트콘드리아가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의 생물들은 현존하는 지구의 생물과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능력과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신종 도감은 작가가 구축한 세계의 사실이고 증거들이다. 생물들의 높은 핍진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의 세계를 부정(否定) 할 수 없게 하며, 진실의 다수성 그리고 다중우주를 긍정하게 한다.

비가시적 경로들이 가시화되고 확장된 눈으로 보는 생태계는 전시장 밖 세상과 다른 렌즈로 갈아 끼운 것 처럼 보인다. 이는 지구 내부가 아닌 한 발짝 물러나 다중 우주를 관망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여태껏 해온 인간 중심적 보기와 사고를 해체하고 확장된 보기를 시도한다. 이제 전시장을 나서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가시화될지 모른다. 비트콘드리아 존재 이전과 이후의 세상처럼 말이다.

■ 이수빈(씨알콜렉티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i] GFP는 생체내에서 녹색 빛을 내 단백질들이 생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말한다. 추적하고자 하는 단백질에다 GFP의 유전자를 붙여 세포에 주입하면 움직임과 위치, 성장과정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전에는 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신경세포의 번성과정 또는 암세포의 확산과정,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신경세포 파괴과정을 추적하는 등 대부분의 세포 생물학ㆍ분자생물학 연구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녹색형광단백질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에서 발췌

[ii]  <Good Afternoon>의 “noon”은 [ nuːn ]으로 발음하며, 한국어의 눈(目)과 똑같은 발음이다.

The human species has consistently sought to expand its perceptual capabilities beyond the limitations of the eye. This pursuit has led to the development of technologies that enable individuals to see farther, smaller objects, and more projections, as well as to the creation of devices such as smart glasses that allow them to perceive and comprehend the world in different dimensions. Suji Han focuses on the transformation of the eyes as it observe the shift and dimension in which data and information move across media.

Han has questioned whether it is possible for a virtual entity called “Bitchondria” to visualize digital space beyond the flat screen. In her exhibition piece "Bitchondria, 2021-2022," (Grid Island, Seoul Museum of Art, 2022), she first introduced Bitchondria, which combines the properties of a superstring that can travel between the macroscopic and microscopic worlds and the properties of mitochondria that are essential to human evolution. Bitchondria is capable of traversing a multi-digital space that can travel between the digital and material worlds and has all the properties of a quantum bit, which will be essential for the future evolu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exhibition, Jellyfish Juice and Bitchondria, 2023, at Kim Soo Art Center, Bitchondria evolves through the absorption of the Green Fluorescent Protein (GFP)1 found in jellyfish. With the capacity for unlimited reproduction and infinite energy production, it becomes possible to mark and track invisible paths such as time, gravity, cells, and data. Bitchondria traverses time and space without borders, dismantling the artificiality between digital and nature and awakening the equality of different objects. The world in which Bitchondria was born is an artificially created virtual world, but in the gallery space it becomes a real world. As concrete evidence of this, three-dimensional objects such as maps of the digital world, cross-sections of Bitchondria, and fossils can be observed.

Han has concentrated on the process by which the Bitchondria absorb GFP, the circumstances under which the invisible pathways become visible, and observing these pathways. The current exhibition, Eye See the World - Good AfterNOON, examines newly emerged species and previously unseen entities that have become visible post-visualization, expanding her fictional universe by examining their transformed eyes.

The exhibition title suggests that the artist focuses on evolution, particularly the process of change that involves the expansion of vision. “Good After눈” (Good Afternoon, 2024)2 presents evolved eyes. These eyes take in as much information as possible, as quickly as possible. Thus, an eyeball may have more than one pupil, or even a pupil within a pupil. These types of eyeballs do not exist in reality. The images and information values seen through these eyes are completely different from those currently perceived by humans. Such changes in the visual environment are associated with changes in cognitive information.

The diverse and complex transformed ecosystem can be observed in the work "Encyclopedia of New Species, 2024." The new world creatures born from Bitchondria may superficially resemble Earth's current organisms, but they have completely different abilities and characteristics. The "Encyclopedia of New Species" represents the facts and evidence of the world that Han has constructed. The high verisimilitude of the creatures makes it impossible for the audience to deny the artist's world, which affirms the multiplicity of truth and the multiverse.

The gallery space functions as an ecosystem, offering a perspective that expands the viewer's vision. The exhibition challenges the conventional understanding of the world by presenting a reality that is not limited by the boundaries of the human perspective or the limitations of earth-centered thinking. It attempts to deconstruct and expand the anthropocentric way of seeing and thinking that has been prevalent in the past. One may perceive phenomena that were previously imperceptible upon exiting the gallery, akin to the transformed environment following the dissolution of Bitchondria.

■ Subin Lee (CR Collective Assistant Curator)


1 GFP is a fluorescent protein that emits green light within living organisms, allowing the observation of how proteins function in the body. The fluorescent protein gene can be attached by injecting into cells, enabling the monitoring of protein movement, location, and growth process by following the green fluorescent protein. This approach allows the observation of previously invisible phenomena within the human body, such as the proliferation process of nerve cells, the spread of cancer cells, and the destruction of brain nerve cells in Alzheimer's disease patients. As a result, it is widely used by researchers in cell biology and molecular biology. pmg, Naver Encyclopedia.

2 The term "눈" [nuːn], which is the Korean word for "eye," is pronounced in a manner similar to the English word "noon."

서문: 이수빈
비평: 문현정
번역: 장재훈
설치: 이영, 장재훈, 장현욱
사진: 이의록
미디어설치: 올미디어
제작지원: 서울문화재단, 씨알콜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