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 허구 = 거짓말 = 가짜뉴스 : 한수지의 영상작업 관한 짧은 노트


함연선 

픽션은 거짓말인가? 그렇다면 가짜 뉴스도 픽션인가? 영어 단어 픽션fiction은 ‘허구’로 번역된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 픽션에 해당하는 항목을 검색해보면 크게 세 가지의 뜻이 결과로 나온다. 첫 번째는 “상상력에 의해 발명되거나 꾸며낸 것, 특히 발명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진실의 문제와 관계없이 가능성을 사실로 가정하는 것”으로서 “유용한 환상(illusion)이나 가장(pretense)”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하거나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행위”◐이다. 한국어 허구는 크게 두 가지 뜻을 갖는다. 하나는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꾸며서 만듦”으로 이런 의미에서 허구라는 단어는 유의어로 픽션을, 상위어로 ‘상상’을 갖는다.◐◐ 두 번째 뜻은 보다 일반적인 뜻으로서 “실제로는 없는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듦. 또는 그런 이야기”이다.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진실의 문제와 관계없이”라는 표현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도, 정확히는 가짜 뉴스 영상들도 픽션의 일종이다. 확실히. 그렇다면 픽션은 거짓말인가? 다시 국어사전을 살펴보자. 정확히 이렇게 쓰여져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함. 또는 그런 말.”◐◐◐ 정확히 한국어 허구의 첫 번째 뜻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다소간 얼기설기 이어붙이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등식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픽션 = 허구 = 거짓말 = 가짜뉴스.

여름이 막 시작되려던 시기에 한수지의 영상 작업 링크들을 건네받았다. <납작하고도 납작한 공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2018-2019), <비트플랑크톤>(2019-2020), <잊혀지는 법: 디지털 판옵티콘에서 해방되기>(2020), <비트콘드리아 (xn,yn,zn)>(2022), (2022) 이 영상들을 하나씩 클릭하여 보고 들었을 때, 나는 왠지 모르게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 클립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세간의 가짜 뉴스들과 달리, 스스로가 가짜 뉴스임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그런 종류의 가짜 뉴스. 그러한 인상은 먼저 형식적인 부분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의 목소리는 어딘지 조금 어색하다. 목소리의 딱딱한 어조는 이상하리만치 전문성을 지향하려고 하는 가짜뉴스들 특유의 욕망을 함께 공유하는 듯 하다. 내레이션의 내용과 거의 일대일로 대응하는 이미지들은 그렇게만 쓰이기엔 아까울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세련된, 그리고 정제된 이미지들이다. 그렇기에 (뒤에서 살펴 볼) 내레이션의 내용과 묘하게 불화하는 느낌을 준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접합 부분에 요철이 많이 나 있는 내용들의 묶음과 매끄럽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결합이 주는 불화의 감각.

한편 한수지의 영상 작업들은 주로 내레이션의 내용에 따라서 진행이 되는데 이 내레이션의 내용은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먼저 이들 영상 작업에는 각종 과학적 용어가 등장하는 설명들이 꼭 등장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관객은 영상에 나오는 정보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반대로 영상 중간중간에 이해하기 용이한 내레이션들은 일반적으로 큰 의심없이 진실이나 사실로 간주되고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깐, 너무나 자명해서 진실로서 받아들이기 아주 쉬운 사실들(후자)과 이해하기 어려운 탓에 그냥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실들(전자). 그것들, 즉 진실에 가까운 사실들이 내레이션의 큰 한 축을 차지한다. 다른 한 축에는 한수지가 만들어 낸 픽션 = 허구 = 거짓말이 있다. 이 두 축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장으로부터 나는 가짜뉴스라는 첫인상을 받았던 것이고, 또한 이것이 바로 한수지의 작업들이 기거하는 곳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들 작업들이 픽션의 감각을 아주 명백히 생산하면서도 서사적인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이든, 전통적인 서사를 해체한 서사이든 그 어떤 서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계속하여 이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존재를, 새로운 시공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설명하기만 할 뿐이다. 다양한 화자들의 입을 통해서 그렇게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갖추어져 있다.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작가의 것이 아닌) 목소리, 내레이션 내용에 맞는 이미지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주요 영상 작품 <비트콘드리아의 의무>(2023), <단백질을 향한 끝없는 항해>(2023), <추적, 시각화, 무한>(2023)도 상기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나, 조금씩 원래의 궤도에서 이탈한 부분들을 가지려고 노력한 흔적들 역시 보이기도 한다.

<비트콘드리아의 의무>에서는 잠수정 창문의 이미지가 우리가 보는 화면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마치 잠수정이 수면 위와 아래를 오가는 듯이 화면 속 동그란 창문에 물의 파란색과 수평선이 번갈아 보이기를 반복한다. 내레이션의 내용은 여러 비트콘드리아 중 하나가 화자가 되어 ‘비트콘드리아’의 의무, 임무(mission)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잠수정이 수면 위와 아래를 오가는 것처럼, 관객의 위치도 영상을 보는 동안 잠수정 안쪽에 있다가 잠수정 바깥에 있기를 번갈아 반복한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향한 끝없는 항해>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의 목소리가 아이의 목소리에 가까우며 더 나아가 느리게 재생되도록 조작 혹은 설정되었다는 점이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특징이다.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푸티지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특별히 시선을 둘 만한 어떤 지점을 마련해놓지 않았다. 이 작업에서 그런 것 없이 계속해서 화자가 설명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들과 관련된, 가끔은 추상적이고 가끔은 구상적이고 또 가끔은 그 가운데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추적, 시각화, 무한>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영상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존의 작업 맥락으로부터 이탈하지 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에는 화자가 이미지로 직접 등장도 한다. 마치 <MIT 부르스 글리크너 교수 강의2: 비트콘드리아와 다중-디지털 공간 존재 증거>에서와 같이. 그런데 화자의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분홍색 스폰지를 조형해놓은 것 같은 모양의 생물체 혹은 사물이 화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인 얼굴도, 눈코입도 없는 이 사변적 존재를 화자로 여기게끔 하는 것은 이 영상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전형성 덕분이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한수지는 디지털 세상, 0과 1로 이뤄져있는 추상적인 세계를, 보이지 않는 그 세계를 보이게끔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서 앞서 언급한 일련의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든 창조물들(비트플랑크톤, 비트콘드리아 등)이 겪게 되는 서사나 사건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 필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픽션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기저의 욕망 때문일까? 그가 만들어 낸 창조물들과 가설적인 세계-우리는 그 세계가 진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만큼 또한 틀렸다고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는 그것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이상한 위치감각을 발생시키며 우리를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 사이에 위치시시킨다. 그러니깐 보여선 안되는 것들이 보이고, 보여야 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그런 화면들, 그런 무빙이미지들의 연속인 것이다. 그 속에서 관객인 우리는 끊임없는 위치-이동을 겪으며 혼란을 견뎌내고, 그 과정에서 탈-인간화된 혹은 탈-주체화된 시선과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감각할 수 있게 된다. 더나아가 탈-시각화된 감각 역시도.


◐ Merriam-Webster 사전.
◐◐ 고려대학교한국어대사전.
◐◐◐ 고려대학교한국어대사전.

Fiction = 허구 = Lies = Fake News : A Short Note on Suji Han's Video


Yeon-Sun Hahm

Is fiction a lie? If so, is fake news also fiction? The English word ‘fiction’ is translated as '허구(heo-gu)' in Korean. Merriam-Webster dictionary defines the word ‘fiction’ as three main meanings emerge. The first is 'something invented by the imagination or feigned' and the second is 'an assumption of a possibility as a fact irrespective of the question of its truth'. The final third meaning is 'the action of feigning or of creating with the imagination'.◐ In Korean, '허구' has two main meanings. One is 'creating something that is not true as if it were true,' which makes ‘fiction’ a synonym for 허구 and an overarching term for 'imagination.◐◐ The second meaning is more general, referring to 'a story created by the author's imagination that does not exist in reality'. Phrases like 'something that is not true as if it were true' and 'regardless of the truth' stand out. So, fake news, or more precisely, fake news videos, can indeed be considered a type of fiction. Once more I ask - is fiction a lie? Let's take a look into a Korean dictionary again. It defines fake news as follows: 'To say something that is not true as if it were true. Or such words.'◐◐◐ It can be said that the definition of fake news aligns with the first meaning of '허구'. While it may seem like a bit of a stretch, we can establish the following equation: Fiction = 허구 = Lies = Fake News.

At the beginning of summer, I received Han's video works. When I watched and listened to her videos one by one, including Welcome to Flattened and Flat Space (2018-2019), Bitplankton (2019-2020), How to Be Forgotten: Escaping from Digital Pantopticon (2020), Bitchondria (xⁿ,yⁿ,zⁿ) (2022), and MIT Professor Burce Gleichner’s Lecture 2: Evidence of Bitchondria and Multidigital Spatial Existence (2022), I couldn't shake the feeling that I had watched fake news clips on YouTube. However, unlike the fake news wandering in the world, they were a different type of fake news. They constantly revealed their own falseness. This impression primarily stemmed from the formal manner. The voice-over narration's tone sounded slightly awkward, as if it aimed to embody the professionalism often pursued by fake news. The high-quality, sophisticated, and refined images that correspond to the narration seemed too good to be used merely for that purpose, creating a subtle discordance with the narration. In blunt terms, there was a sense of dissonance between the content, often somewhat hastily patched together, and the smooth, beautiful combination of images.

On the other hand, Han’s video works primarily progress in accordance with the narration, which presents two axes. Firstly, Han’s video works invariably include explanations with various scientific terms. Therefore, for the average viewer, understanding and accepting the information presented in the videos can be challenging. On the contrary, the narration in the middle of the videos deals with easily understandable facts, which are generally accepted as true. In essence, the contents of the videos are accepted as true due to their sheer obviousness (the latter) and facts that are accepted as true simply because they are hard to grasp (the former). These fact-like truths consist of an axis of the narration. On the other side, there is a 'Fiction = 허구 = Lies = Fake'-axis, created by Han. These two axes created one chapter and gave me the initial impression of fake news. Moreover, this might be the essence of Han's works.

What is particularly noteworthy is that Han’s works vividly evoke traits of fiction while lacking any narrative content. Whether it's a narrative with a clear construction or a narrative that deconstructs traditional storytelling, none of these works contain any narrative. Han’s works only present and explain the new world, new existence, and new spacetime. Although it is heard through various voices, the overall framework remains consistent: voice-over narration, a voice (that does not belong to the author), and images corresponding to the narration.The main video works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Bitchondria’s Burden (2023), Endless Voyage Towards Protein (2023), and Tracking, Envisioning, Boundless (2023), also possess these characteristics, but they also show traces of deviation from Han’s original works.

In Bitchondria’s Burden, the image of a submarine window becomes the very screen that we watch. It creates the illusion that the submarine is moving up and down on the screen, with the blue of the water and the horizon alternating in the round window. The narration is that one of the Bitchondria entities becomes the speaker, discussing the duty and mission of Bitchondria. What's intriguing is that, similar to the submarine's movement, the viewer's perspective also alternates between being inside the submarine and outside of it while watching the video. In Endless Voyage Towards Protein, the most noticeable feature is the voice-over narration, which resembles a child's voice and is deliberately played in slow motion. The various overlapped images in this work do not allow viewers to find where to gaze. Instead, the work continuously presents images that are sometimes abstract, sometimes concrete, and at times oscillate between the two, all in relation to what the narrator is explaining and asserting. Lastly, Tracking, Envisioning, Boundless, one of the video works in this exhibition, remains closely aligned with Han's previous works. In this video, the speaker even appears as an image, similar to MIT Professor Burce Gleichner’s Lecture 2: Evidence of Bitchondria and Multidigital Spatial Existence. However, what sets it apart is the highly unusual appearance of the speaker-a creature or object resembling a pink sponge-like shape, devoid of a typical face, eyes, nose, or mouth. This peculiarity contributes to the work's sense of typicality.

While not discussed in this text, Han is driven by a desire to reveal the digital world, an abstract realm composed of 0s and 1s, the world that remains unseen. Han has pursued a series of works, as mentioned earlier, with the goal of making this invisible world visible. Therefore, what matters most to Han is not the narratives or events that Han’s creations (Bitplankton, Bitchondria, etc.) undergo. Instead, it's the existence of these creations itself that holds significance. What Han seeks is not a narrative but fiction. Is it because of an underlying desire to make the unseen visible? Whether intentional or unintentional, Han’s creations and the hypothetical world they represent-they are beyond truth, and one cannot definitively say they are false either-generate an unusual sense of positioning. In other words, it’s the continuous sequence of moving images of what shouldn't be seen becomes visible, and what should be seen remains invisible in these screens. Within this context, we, the viewers, constantly experience shifts in our positions, enduring confusion. Further, we can sense what it means to be perspective and position of dehumanized or de-subjectified. All along with a sense of de-visualization.

◐ Merriam-Webster dictionary.
◐◐ Korea University Korean dictionary.
◐◐◐ Korea University Korean dict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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